반전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람 김선아(7. 19 수요 말씀 묵상)
믿음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상황이 너무도 명백하여 아무런 방법이 없을 때… 하나님도방법이 없으실 거라고 포기하는 그 순간
이랍니다. 기적조차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그 마지막 순간에도 기도할 수 있는 사람, 저는 아니었습니다. 명백한 현실 앞에,
모든 가능성을 점쳐보고서는 ‘에이, 이건 하나님도 못 하신다.’라는 얄팍한 빈정거림과 함께,통제할 수 없는 가장 큰 체념과
문제는 있는 듯 없는 듯 외면한 채 내가 가진 문제들을 하나님의 약속과 연결할 마음조차 먹지 못했던 어린아이. 딱 그 정도
였습니다.
우리가 가진 문제의 무게가 같더라도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분명한 이유를 설명할 수있다면요. 하나님의 영광이 분명히 드러나길 원하는 소망이 깊고 강렬할 때, 그 기도를 하나님이 쓰신다는 말씀 앞에, 제가 반쯤은 체념하고 반쯤은 여유롭게 바라보기로 한 문제가
주님의 약속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주님의 영광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을 반성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는 대명제를 온 삶에 걸쳐 경험했었거든요.
삶의 결이 너무도 다른 제 남편은, 제게는 어린아이의 두 손으로는 찰나도 쥘 수 없는 ‘뜨거운 감자’같은 사람입니다. 버릴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는 그런 마음을 아실는지… 안쓰럽다가도 안쓰럽지 않아서, 언젠가 어느 순간에 한없이 찬란하던 마음이 오고 간
흔적이없어서 가슴을 치며 눈물을 쏟다가도 퍼석하니 메마른 마음으로 그저 살아가야 할 뿐인 체념을 주고받는 관계를요.
그리고 그건, 내가 알고 있는 어린 나날들을 내내 기도하고 기도했어도 끝내는 장렬하게 실패한 제 부모님의 삶을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나 강렬하게제게도 각인된 관계역학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제가 강력하게 믿고 있던 부부 상담이 중간에 파투 나고, 체념에 상심이 겹겹이 쌓인 제게 목사님이 하셨던 말씀이
있었어요. “상담을 하다가, 걸리는 부분이 있었을 거고, 멈추어 서게 된 벽이었을 거에요. 그런 벽이 있구나, 그 한계를 발견한 계기가된 거에요. 나중에, 더 많이 치유받을 수 있는 계기가 있을 거에요. 이번의 일이 마중물이되어, 의미 없지 않으니까 누구보다도 강하게 믿으셔야 해요. 우리 가족은 반드시 행복해질 거다. 강하게 믿으셔서, 하나님이 세상의 본으로 희망으로 세우실테니까… 누구보다,
집사님이 강하게 믿으세요.”
그러니 그동안, 그 말을 마음에 새겼지만… 진심으로 믿어지지 않았고 온 마음을 쏟아 기도하는 일이 힘겨웠습니다. 어느 날은
마음을 다잡고 기대를 품다가도 어느 날은 격분에사로잡혔던 터널을 지나… 온 마음을 살라 내고 온갖 소란을 지워내고 지금
이곳에 이르렀습니다. 내 삶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이 땅 위에 분명히 보일 수 있으리라는 명분을 강렬한
소망의 원동력으로 삼고서… 이 삶의 과정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면 견디고 또 기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겠습니다.
가정의 가치가 희미해져가는 이 시대에 변화되는 사람으로, 상처를 치유한 가정으로… 세상에서 희망이 되리라는기대로
더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