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는 마음, 분별 김선아(3. 5말씀 묵상)
‘뱀처럼 지혜로우며 비둘기처럼 순결하라’ 이 말씀은 너무도 많이 들었지만늘 깊은 묵상 없이 스쳐 가는 말씀이었습니다.
너무 유명해서, 또 너무 떠오르는이미지들이 확실해서지요. 뱀의 지혜가 이해되지 않았음에도 넘겼고, 비둘기의 순결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깊이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혜를 교활에 가깝도록 변질시킨 이미지로 기억하고 비둘기의 순결을
이해하지 못한 채 휘둘리고조급하게 상황에 떠밀렸던 어떤 일들을 떠올렸습니다.
분별이라는 하나님의 성품이 지혜와 순결을 동시에 전제하는 말씀을 들으며 제 안에서 조급하게 흔적을 남긴 결정들에 대해
떠올렸습니다. 그때, 왜 나는 좀 더 참으며 기도하지 못했을까. 그때의 나는 왜 그리도 급하게 결정되고 급하게모든 것을 해결 받고
싶었을까. 그리고 그때의 나는 내가 상황을 견뎌내고 기도하는온유함보다 이 결정의 근거가 되는 말씀의 지혜를 명분을 자랑하고
싶었기에 그렇게도 조급했고 교활한 자기 자랑에 연연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간절함으로 말씀은 받았어도 그 말씀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과 그분의 선한 뜻이
내 삶에서 완전히 드러나는 것보다나라는 사람이 하나님을 믿기에 보일 수 있는 탁월함만을 너무도 사랑했습니다.
하나님보다, ‘하나님을 믿는 대단한 나’에 심취해서 그분의 말씀을 제 장신구로쓰기에 주저함이 없었더라고요.
그렇게, 선이 없는 지혜는 간교했고, 지혜가 없는선은 상황의 혼란을 그 간교함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그 간교한 모습들이 스쳐 갔습니다. 그 뒤에 남겨졌던 후회와 어떻게도 돌이킬수 없을 것만 같은 흔적들이 제게 다시 말 걸 때면,
숨고 싶고…어떻게 그 산을넘어왔을까, 신기하기까지 했는데요. 우리가 또 다른 아이히만이 되지 않게끔 하나님의 은혜로 살리셨던 그 은혜로 제가 그 순간들을 이겨내고 살아 버렸다는걸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내가 하나님께 붙어서 살아남았습니다.
충동적이고 시시때때로 번지는 격노와 우울감을 딛고, 자기 파괴적이고 쉽게 냉소하던삶을 겨우겨우 벗어낼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내가 하나님을 선택해서가 아니라…오직 그분의 자비로, 그분의 은혜였다는 것을요. 나를 위해 기도한
모든 사람의 자비와 나조차 볼 수 없고, 느낄 수도 없었던 내 안에 새겨졌던 그분의 약속을 믿고 손 내밀어 준 모든 사랑의 사람들
덕분에요.제가 제 자리를 살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때 그렇게 제 곁을 지켜주었던 사람들은 오직 하나님의 선하심에 기대어 분별하며, 해야 할 모든 것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지혜롭고 순결하게 분별하여선한 마음으로 상처 입은 이들을 위해 기꺼이 발맞추어 걸어가는 사람. 언젠가 저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