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도 피어야지, 꽃. 글 김선아(1.8 말씀 묵상)
믿음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내가 흔들릴수록 더 강하게 믿고 가야 할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으려면 정말 틈 없이
견고해야 한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흔들릴 때마다 흔들리는 자신이 싫었고, 흔들리는
마음은 믿음 없음의 고백인 것 같아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을 책망하기에 바빴지요. 하나님의 사랑으로 시작되는 믿음을
불완전하고 죄인 된 우리라는 그릇에 담아야 하기에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것이라고요. 믿음의 주인이신 주님을 바라보지
않으면 생명력을 잃고 시들어 버리고,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게 믿음이라니 그동안 단단한 바위 같은 것만이 믿음이라
여겼던 좁은 마음을 반성했습니다.
내 믿음의 실패 속에서 나는 나를 건지시는 손이 너무도 늦는다 여겼습니다. 물에 빠지는 베드로를 즉시 건지시는
예수님의 손길이 이제야 보였고, 넘어지나 완전히 땅에 내리꽂히지 않는 하나님의 강한 팔이 나의 실패와 단 한 걸음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더디고, 너무 괴로운 뒤에야 시작되었다고 믿었던 건지심은
사실 그때, 두려움과 절망에 잡아먹히는 마음을 비추는 아주 작은 빛이었음을요. 단한순간도 멀어지지 않았던 주님의
자비가 두려움을 보는 마음을 돌렸고, 지쳐서 주저앉고 싶은 절망을 없애고 나아가게 이끌었던 것을 압니다.
나약할 수 밖에 없는 저 자신에게 참 야박하게 굴었던 것만 같습니다.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하느냐고, 왜 아직도
이 모양인 거냐고 말이지요. 그러나 오늘 주신 그 말씀처럼, 산처럼 우직하고 강대한 것이 아니라 내가 두려움을
바라보면 그에 흔들리고, 내가 나의 그릇에 대한 환상을 깨트리고 주님만을 바라볼수록 자라게 하고, 주님의 능력을
오롯이 바라볼수록 메마르지 않게 가꿔갈 수 있는 것이 그 본질이라면요. 저도 저에게 그런 다독임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흔들리 때, 내가 이렇게밖에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주님을 바라보자. 내가 아직도 이것 밖에 안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럴 수밖에 없으니 하나님은 나를 더 도우실 거라고 다시 믿자. 두렵고 흔들릴 때, 하나님은 나의 낙심을 바라지
않으신다고, 그럼에도 그분께 나아 오라고 말씀을 주셨으니 가자. 내게 내미시는손에, 뻔뻔하게도, 거리낌 없이 손을 내밀고
다시 맞잡자. 언젠가는 아이도 엄마의손을 놓고 달려갈 수 있을테니, 지금 나를 일으키시고 내가 완전히 넘어지지 않게지지해
주시는 그분의 손에 자유롭게 나를 던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