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다닐 때요, 체육 실기 시험으로 배구 언더핸드 토스를 치렀어야 할 때가 있었어요. 둥근 원을 그려놓고, 그것을 벗어나지 않은 채로 30번을 넘게 “토스”해야 하는 시험이었는데, 아주 당연하게도 저는 서른 번을 넘기지 못했어요. 원 안에서, 최대한 공을 따라가며 살려야 하는데 그러질 않았거든요. 선생님 말씀하시길, “나쁜 공을 안 치려 한다.”라고…
그때 처음 알았어요. ‘아, 내 성격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구나.’ 하고 말이에요. 그만하면 되었지, 나쁜 일 안 하고 누구에게 피해주지도 않고 애써 열심히는 안 해도 크게 선을 벗어나거나 하진 않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그래도 잘하는 것 하나쯤은 있는 특별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간절한 게 없으니 조금 수고로울 것 같으면 애쓰지 않았던 거였고 자존심이 상하니 완벽하지 못할 바엔 아예 손도 대지 않는 고집이 있었던 거였지요. 유순한 줄 알았는데 사실은 되게 뻣뻣한 속마음이 있었구나, 그때부터 알았던 거 같아요. 마찬가지로, 이만하면 된 줄로 알았어요.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고, 이만하면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맡은 사역을 꾸준히 감당하고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라고. 이만하면 괜찮지, 나날이 성품을 가꿔가고 있고 나날이 말씀으로 새로워 지고 있고 또 나날이 무언가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지 않으냐고. 이만하면 꽤 잘살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나도 모르게 마음은 점점 교만해졌던 거에요.
사도 바울은 고백합니다. 나는 사도 중에 작은 자라,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른 고백을 합니다. 나는 성도 중에서 가장 작은 자라…그리고 그 삶의 정점에서 고백합니다. “나는 죄인 중의 괴수니라…” 믿음이 깊어갈수록 자신의 한계와 연약함을 더 알게 된 그의 고백을 듣고야 알았습니다. 아, 나라는 사람… 그저 이쯤이면 되는 줄 알았던 내가 부끄러워서, 이만큼 밖에 안되어서 내가 그렇게 계산적인 사랑을 하고, 이만큼 밖에 안되어서 온 마음을 다해 용서하지 못했다는 것을. 진정 나를 모두 지워버리고, 하나님만이 남아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 알았습니다.
예수 믿으세요, 낮아지고 텅 빈 마음을 생명으로 일으켜 세우시는 그분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