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곳에도… 지금, 여기에도 글 김재진
왜 그리도 당신을 미워했나 모르겠어요, 아버지. 어린 날의 시골은 새벽을 깨우며 일하고, 낮에는 숨을 고르다가도 밤의 시작과 함께 하루를 닫았지요. 그런 고단한 인생 속에서의 아버지를 왜 미워했을까요. 시집와서 죽는 날까지 시부모님을 섬기며 하루하루 사그라든 어머니가 안쓰러워서일까요? 그런가 봐요. 한 해의 농사가 끝나고 하릴없는 한겨울이면 어김없이 모여서 치던 화투. 그렇게 사람들이
한데 모여 화투 치던 사랑방이 우리 집이었고, 그런 하릴없는 모임을 밤새 시중들던 것이 고단하고 지친 엄마였거든요. 온몸을 쥐어짜는 듯한 그 고단함이 싫어서, 한숨이 온몸을 휘감고 있는 것처럼 외로운 그 뒷모습이 안쓰러워서요. 엄마가 안쓰러운 만큼, 아버지가 미웠어요.
두 분이 다 돌아가시고 난 지금, 나도 엄마가 되고 난 지금에야 그때는 그럴 수 밖에 없었구나. 일상이 그랬고, 시절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었고, 넉넉하지 못한 삶이 서로를 아프게 했구나 하고 이해가 되더라고요. 하여튼, 그 시절은 모든 게 짜증이 났어요. 그런 짜증이 그리워질 날이 있으리라곤 상각해 본 적 없었는데, 지금은 그 날들이 그리워요. 그때의 까마득한 괴로움 안에서 느꼈던 자잘한 추억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되어서 참 감사해요.
미움은 감사가 되었고, 지긋지긋하던 일상은 그리움이 되었어요. 밖에 나갔다 들어오실 때면, 막내딸을 위해 작은 봉투에 뭐라도 담아오셨지요. 살갑지는 않으셨지만, 든든한 버팀목이셨고요. 봄에는 들꽃을 꺾어서 제 손에 쥐어 주셨지요. 어린 날, 어린 마음을 물들인 햇살 같은 기억들이, 그 시절 그 안에 수줍게 숨어들었던 사랑이었음에 묵은 원망을 감사로 돌이킬 수 있게 되었어요. 그것에 감사합니다, 나의 하나님. “감사가 내 인생의 답이다.”를 통해, 지난날을 돌아볼 수 있어서, 그 시절의 감사함 들을 깨닫게 되어서 감사하고, 이렇게 바르게 키워주셨음에감사합니다. 곁에 없지만, 나를 지켜주고 계심을 생각하니 감사하고, 하나님을 만나 하나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 축복 속에 살고 있는 지금도 감사합니다.
감사는 늘 나와 함께한다고 하셨으니, 내 이름으로 내게 구하면 내가 행하리란 말씀처럼 지금부터 평생 함께하겠습니다. 감사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감사, 감사하며 살면 지금의 인생보다 더 빛나는 인생이 되리란 확신이 드네요. 가슴에 묵었던 고백을 하니, 자유를 얻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고백으로 감사를 끼칠 수 있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