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깨뜨립니다. 글/김선아(10.10 말씀 묵상)
이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어요. 세상의 지혜와 판단에 익숙한채로, 자신만의 근거와 기준을 다 버리지 않은 채 신앙생활을 해 왔고요. 그러던 게… 아, 이런 나를 끊임 없이 부르시고 안타까워하시고,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먼 내가 지금 여기까지 오는 걸 기다려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게 되기까지.
쓰고 쓴 길을 걸었고, 아프고 숨이 막힐 듯 좁은 길을 걸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감사하겠다며 다짐하고서도 그것은 곧 내가 길을 잘 찾은 거라서.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라고, 내가 찾은 방법이 옳다는 자기 교만으로 서서히 물들어 갈 때 즈음, 저는 익숙하게 포기해 버리려고 했어요. 여기까지 해 봤으니 미련이 없다고. 이제야말로 할 만큼 한 거라고 뒤돌아서겠다며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을 때, 참 적절한 위로와 격려를 받았어요.
더 이상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없고요. 이제 상담도 거부해서 반강제로 끝났고요. 아이들한테도 너무 야박하게 굴어서, 안될 사람은 안된다고 포기할까 싶다는 자포자기한 제게… 내가 얄팍하게 아는 것 이상으로 사람의 마음을 다정하게 이야기해 주시더라고요. 사람의 내면을 가로막은 그 사람의 뼈아픈 상처가 있고, 지금의 이것은 결코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을… 다음 기회를 위한 마중물이 될 거라고 말이에요.
아, 나는 마지막 기회만을 기다리는 매정한 사람이었어요. “이게 마지막이야.”라며 협박하듯이 단번에 끝날 수 없는 게 사람의 인생이고 관계인데도 내가 정한 선이 어긋나니까 그새를 못 참고 내쳐버리려는 매정한 제게 이다음이 있다는 걸 짚어주는 것만으로도 뼈아프게 반성이 되더라고요. 그러니 이제 제가 해야 할 것은, 그의 본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걸 믿는 것. 우리 가정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누구보다도 강하게 믿는 것. 그래서 우리는 세상에서 하나님이 보이실, 희망의 지표로 서게 되리라는 걸 믿는 것. 그 누구보다 강하게 믿고,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는 것.
내 안에,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남아있는 세상의 지혜가 고개를 들 때, 내가 어떠한 지혜로 살기를 택했는지를 돌아보고 그 마음을 주신 이, 내게 다시 기회를 주신 이가 하나님이심을 잊지 않겠습니다. 연약할수록, 하나님께 내 삶을 다시 돌려드리기 위해 강하게 일어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