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함께할 수 있다면

작성자: 김선아님    작성일시: 작성일2021-04-10 16:26:02    조회: 559회    댓글: 0
 

코로나 때문에 책을 모두 들고 다녀야 하니까, 너무 무거워서 힘들 테니 책가방을 들어주며 등하교를 함께했어요. 작년까진 참 무거웠던 것 같은데 올해부터는 무거워도 스스로 메고, 동생의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손을 잡고 걸어가요. 기분이 안 좋은 날은 인도의 끝과 끝에서 떨어져 걸어가는 것도 같지만요. 학교가 끝나면 제게 먼저 연락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둘이 서로 연락 해야 하고, 되도록 집으로 바로 와야 한다는 것을 매일매일 이야기해 주고요.

 

엄마는 이제 연락이 되지 않을 테니, 엄마에게는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가는지, 꼭 메시지를 남기기만 하라고 말이에요. 엄마가 대답하지 못해도, 계속 이야기하라며 계속 다짐을 시키면서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달 동안 실습을 나가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학교 가는 걸 보지 못할 이른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나 들어올 일정을 생각하니 사실은 까마득할 때가 많아요.

 

때로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혼자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첫째가 안쓰럽기도 하고요. 이제 막 1학년이 되어서 자기만큼 큰 가방을 메고 포르르, 작은 새처럼 통통거리며 걸어 다니는 둘째가 짠하기도 해요. 때로 거리에 큼 가방을 메고 뒤뚱거리며 걸어 다니는 또래 아이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찡해지지만, ‘아니야, 아이들은 늘 부모 마음보다 강해. 걱정보다, 생각보다 잘할 거야. 믿어야 해.’라며 속으로 걱정을 덜어보려 노력해요.

 

엄마가 돌아오기 전에 다 끝내놓아야 하는 일이라며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그것을 다 했는지 하나하나 물어보는 연습을 했거든요. 이거 했니? 몇 시에 나가야 하는지 기억하지? 끝나면 바로 집으로 와야 하는 거 알지? 저의 계속되는 채근에 아이는, “엄마, 알지. 나도 나 알지. 엄마가 써 준거 다 읽었단 말이야. 안 읽은 줄 알았어?” “아니엄마도 불안해서 그러지. 너희들만 놓고 이렇게 오래 나가는 게 처음이라, 엄마도 불안하고 걱정이 돼서 그래. 그냥 계속 걱정이 돼.” “괜찮아, 다 기억하고 있어. 안 잊어버릴게.”

 

그 이후로 불안이 눈 녹듯 사라져 버렸느냐면, 아니요. 매일 밤, 매일 낮괜찮을 거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스스로에 되뇌고 있어요. 이내 곧 괜찮아지기도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쉬 가라앉지 않아 가끔 뒤척이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니 신나 하는 아이를 보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지고요. 자기가 준비한 점심을 앞에 두고 가만히 눈 감아 기도하는 아이를 보면 가끔, 모든 소리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우리의 삶 어느 곳에나, 어느 순간에나하나님이 함께 하실 거라는 마음에, 조용히 마음을 달랠 수 있게 돼요.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 이곳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시는 당신에게 나의 온 삶을 의탁합니다. 주님 늘, 우리를 기뻐하시기를우리를 살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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