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사랑이 있었습니다.

작성자: 김선아님    작성일시: 작성일2021-03-23 21:56:27    조회: 542회    댓글: 0
 

사랑은 언제나 머물다 간 흔적을 남기나 봐요. 어느 밤, 여태 만나지 못한 주일 학교 아이들을 생각하다가 문득 내 가장 모난 시절의 선생님이 떠올랐거든요. 결혼도 안 하신, 자기 삶이 바쁜 회사원이었고,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그때의 난 그분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았던 것만 같더라고요.

 

네 번째 봄이라서 사춘기라지만, 그건 너무 예쁜 말이지요. 전두엽이 새로이 구축되면서 인지적, 감정적 혼란을 제 스스로 다스릴 수 없어서 광란의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이, 끝내는 이겨낼 겨울을 말하기 위해 봄이어야 했나 봐요. 그 봄, 그 마음의 겨울을 살아내던 나는, 아주대단했어요.

 

그 나이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욕이란 욕은 다 쓸 줄 알았고요. 형제 자매간 반목은 기본이요, 부모님께도 썩 쉬운 아이는 아니었어요. 많이 순화해서 말이지요. 눈에는 검은 곳이라곤 없이 희기만 할 때도 있었고, 그것은 때와 장소를 그다지 가리지 않았지요. 그곳이 어디건, 깽판을 놓는 데 망설임이 없었단 뜻이에요. 그리고 그때의 제게, 교회는 그렇게 달가운 곳이 아니었어요.

 

내가 원하지 않아도 가 있어야 하는 곳, 부모님이 깨워서 일어나면 새벽에도 가야하고,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에 가서 언제 올지 모르는 곳이었어요. 혼자 있고 싶은 아이에게 그리고 무언가 얽매이는 느낌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그렇게 좋은 환경을 아니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때의 선생님은 반항하고, 비뚤어진 제게 과분했던 분이란 걸 이제야 기억해 냈어요.

지금의 너는 너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 네가 보이는 못난 모습도, 네가 보이는 화도 언젠간 사라질 거다. 너는 하나님을 만난 적이 분명 있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네가 언젠가 하나님께로 확실하게 돌아올 거라고, 너를 여전히 사랑하시는 하나님께 나는 기도할 거다. 네가 어떠하든 하나님은 널 사랑하신다.

 

상처 입어, 해진 마음에 기어이 새살을 돋워낼 이는, 그 상처를 들추고 손을 잡아 고통을 덜어내 주는 이가 있어야만 했던 것처럼. 가시를 잔뜩 세웠던 고슴도치를 안아줄 이는, 그의 부모밖에 없어요. 이름도 기억하지 않으며, 밀어냈던 그 선생님은 그때 내게, 부모가 줄 수 없던 인정과 인내와 위로를 주었어요. 일주일에 딱 한번, 무시하면 그만일 사춘기 여자아이를 그때, 그 순간만큼은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해 주었던 것을요. 이제야 기억해 냈어요.

 

사랑이, 그곳에 있었던 것을 그래서 그가 남긴 말 한마디, 마음 한구석에 이렇게 오롯하게 피어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내가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었을 텐데도, 꾸준하게성실하게 사랑하신 당신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요.

 

예수 믿으세요, 돌아본 어느 순간에나, 당신에게 사랑을 남기시는 그분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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