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어른이 되어 가나 봐

작성자: 김선아님    작성일시: 작성일2020-12-25 18:16:16    조회: 571회    댓글: 0
 

익숙한 길을 지나며 생각합니다. ‘, 어른이 되어가고 있구나.’하고 말이지요.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말했답니다. “자녀가 짊어져야 하는 가장 큰 짐은 부모 내면의 살지 못한 삶이다.”라고요. 그러니, 부모로서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부모 자신의 그림자를 자각하는 것이라는 말이지요.

 

부모로서 살아온 지난 10년은, 참 치열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만을 위해 산다기 보다는 아이를 중심에 두고, 그 주위를 나라는 한 사람을 돌보며 내게 맞는 걸음으로 걸어 온 시간이었지요. 처음엔 내가 겪었던 결핍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것만은 주지 않으려 했지요. 나는 사랑이 부족했고, 안정이 부족했고, 전폭적인 지지가 부족했다며사랑하고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며, 잘 가르쳐 보고 싶었던 것이 잘 안되니 결핍을 넘어서 나의 삶에 그늘이 되어버린 것들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리고 그 그늘을 완연히 마주하게 하는 삶의 고난과, 그 삶을 충분히 위로하며 다시 이끄는 말씀에 기대어 벗겨지지 않을 것만 같은 그늘에 좌절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너무도 쉽게 그것을 벗어내기도 하는 과감한 시간을 살아낼 수 있었어요. 평안을 끼치는 삶을, 무엇에도 뒤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삶을 살았으면 해서, 어떻게 하면 그런 삶을 물려줄 수 있는지 고민하며 나를 마주하고, 좋은 부모라면 설렘을 주는 삶을 보여야겠지, 진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삶을 보여야 이 아이들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 테니진실하게 살리라고, 마음을 다하리라고 스스로를 고쳐 세우며 오늘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삶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되는 아이들과 함께 걸어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나의 내면에서 가장 큰 갈증을 일으키는 결핍을 성실히 채우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있고요. 내 안에 깊이 자리했던 좌절은 걷어내려 노력했을 때가 아니라, 견디고 그 부족함도 기꺼워 하며 끌어 안았을 때, 주어진 오늘에 성실히 마주했을 때, 비로소 흩어졌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시간 동안, 충족감도 있었지만 불안함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함께 기도해 주던 나의 귀한 동역자들에 감사하며, 지금 여기까지 살아냈습니다.

 

문득,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조금쯤은 게을러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지금 나의 자리를 조금쯤은 싫은 것을 구태여 밀어내지 않는 게으름.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머무르는 게으름. 믿는 것을 바꾸지 않는 게으름 말이에요. 그렇게 어느새, 안온하고 나른한 기운을 풍기는 느슨하고 다정한 어른이 조금쯤은 되지 않았을까요.

 

예수 믿으세요, 그가 주시는 마음은 당신을 안온히 자라게 하는 땅이자, 그 뿌리 자체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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