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에 있습니다.

작성자: 김선아님    작성일시: 작성일2020-12-11 09:38:57    조회: 637회    댓글: 0
 

 버리지 못한 것이 많아요. 공부하겠다며 바리바리 사둔 책이며 공책들을 빼고서도, 푸르른 나이에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 버리고 버린 일기장 사이에서 딱, 이것 하나만 갖고 있겠다며 찢어낸 한 장, 그 추억의 귀통이들을 모두 버렸어요. 정리하려고 마음을 다잡고서도 두 해를 더 가지고 있다가, 이제야 정리했지요. 다른 것을 놓아두어야 해서 자리가 필요했거든요. 버리기 전에 내가 버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해서 말이지요. 대충 훑어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보느라 퍽 시간이 걸렸답니다.

 

 분명 나라는 사람이 저것을 쓴 것이 맞는데 말이에요. 그 글 줄 위로 지나가는 감정을 그 마음에 가득 들어찼던 그 날의 냄새와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해서또 어떤 것은 뭐라도 해 보겠다며, 지지 않겠다며 악다구니 쓰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말이에요. 참 부끄럽고, 우스웠답니다. ‘그게 이럴 만큼 가치있는 일이 아니었을 텐데, 이렇게 치기 어린 표현을 내가 썼던 적이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제야 요즈음의 내가 다시 보이더라고요.

 

 한껏 무기력해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집안도 어수선하고, 어떻게 정리되지도 않고 뭔가 집중도 잘 안 되면서 일은 끝나지도 않아서 스스로에게 짜증이 나 있었는데 말이야. 나 그래도 그 옛날의 언젠가보다는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구나.

 

 거창한 계획에 스스로 눌려서 자신을 포기하기보다, 오늘 주어진 시간을 좀 더 성실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여기에 있었어. 괘씸할 정도로 터무니없는 야망을 감추려고 노력하기보다, 바르지 못한 야망을 잘라내고, 그 안에서 생명의 가치를 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사람이 여기에 있더라. 나의 실수에는 몇 날 며칠을 자책하고, 남의 실수에는 잊히지 않는 비난으로 맞서 싸우기보다는, 화려한 껍질로 나를 감싸고그 안에서 전전긍긍하던 내가 지금 당신의 마음 언저리에도 있을 것만 같아서, 안쓰럽게 더 많이 감싸 안아주는 사람이 이 안에 있어.

 

 나는 그렇게 또 다른 내가 되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참 마음에 들어서 말이야. 부족하지만 또 그건 그런대로 앞으로도 괜찮아질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도 되겠구나. 그리고 그러면서도, 당신에게 설렘을 주고 싶어서,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위로를 주고 싶어서 말이야. 더 잘 살고 싶다. 내가 손 내밀 때, 누구나 그 따스함을 그 안에 깃든 하나님의 생명을 느낄 수 있도록 나는 더 잘 해내고 싶어졌어.

 

 내가 버린 것은 아련한 추억의 기록이 아니라 나만의 세계에 갇혀 하나님을 바로 보지 못하는 어둠의 서사였습니다. 이제까지 그것을 버리지 못한 미련은, 그때의 나도 좋은 사람이었다는 착각이었지요. 그러나 이제 압니다. 하나님 없이, 그리스도의 복음 없이는 나로서 살 수 없다는 것을요.

 

 예수 믿으세요, 당신이 이곳에 있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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