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하루를 묶어, 당신을 봅니다.

작성자: 김선아님    작성일시: 작성일2020-06-03 09:54:36    조회: 600회    댓글: 0
 

이전 날 마무리하지 못한 여러 일이 떠올랐지만 좀 더 자고 일어나야 피곤함이 가실 것 같아서 다시 누우려다가 그래도 한 번 몽롱한 정신을 깨워보려고 책상 앞에 앉았어요. 진짜 졸음이 한가득한 눈으로 펜을 들고, 성경을 필사하기 시작했는데, 노트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는지 글씨가 제대로 돌아와 있었지요. 잠에 취해 뭉그러진 글씨들이 점점 멀쩡해지는 걸 보니 설핏 웃음이 나더라고요.

 

제가 필사하는 모습을 보며 작은 아이가, “엄마, 어른 필사는 그렇게 해야 해?” “” “으엑, 끔찍해!” “그래도 해야지.” 끔찍하다는 것은, 작은 글씨가 빼곡 들어찬 데다 고개를 들었다 내렸다, 더 작은 글씨의 성경책을 들여다보는 그 모습이 퍽 수고스러워서겠지요. 지금은 그저 커다란 깍두기 노트에 덧그려진 듯 흐린 글씨 위를 하루 한 줄, 왔다 갔다 할 뿐인 어린이의 필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어려움이 느껴졌는지 질겁을 했어요.

 

며칠이 지나고 다시 생각난 그 얼굴은 참 귀엽더라고요. 귓가에 맴도는 그 목소리도 조잘조잘 예쁘기만 하고요.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다가, 채 말해주지 못한 것들이 생각났어요. 그래도 알아주었으면 해. 부지런히 써 내려간 말씀이 한 장 한 장 쌓여가는 것을 보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단다. 그저 마음에 드는 책을 적어보는 것으로는 알 수 없는 든든함과 볼 때마다 새로운 힘을 얻는단다.

 

어느 날 뜨겁게 몰아치는 감동이 있어서, 그 구절을 적어 내렸고 그걸 어느 힘든 날, 다시 들추어 읽어내리면 그래그것만큼 쉽게 너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또 있을까? 그렇게 써 내려간 말씀이 살아가는 내내 너의 가장 든든한 보험이 되어 갔으면 해서. 너의 하루 틈틈이 허투루 지나치는 시간 없이, 모든 것이 생명을 건져 내는 데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갔으면 해서.

 

어린 날, 나의 엄마는 내게 때마다 큐티 책을 선물했고, 또 때로는 멋들어진 필사 노트를 선물해 주었지. 그 위에 쓰다가 말다가 잊고 지내는 밀린 숙제가 되었다가, 다 사라져 버린 공책들이지만 지금도 엄마의 선물은 남아있단다. 이 손이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우리를 여전히 함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을, 너도 갖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

 

예수 믿으세요, 함께하시는 하나님이 삶의 모든 것으로, 당신을 지키고 당신을 자라게 하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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