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일까요?

작성자: 김선아님    작성일시: 작성일2020-04-17 17:57:47    조회: 597회    댓글: 0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이라는 생각을 해 보셨나요? 누군가는 죽음이야말로 성장의 정점이라 말하고, 어디선가는 예고 없이 내 삶의 자리를 고스란히 넘겨주어야 하기에평소의 삶을 서랍 속에 가지런히 정리하듯 살아야만 하노라 이야기하지요. 심각한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 날 문득 무서울 때가 있어요.

 

혹시, 지금 사고가 나지 않을까? 혹시, 나도 모르는 큰 병에 걸려서 어느 날 갑자기 죽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소설 같은 생각이 휘몰아치는 거지요. 퍽 그날이 가까운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빨리 유언장을 적어놔야겠다는 다짐을 해요. 그러면서 그 안에 적어야 할 것을 이것저것 생각하지요. 그러다 보면 남편에게 보내는 구구절절한 생활 보고서가 나와요.

 

여보, 보험료랑 공과금은 다 자동이체로 해 놨어. 통장 비밀번호는 이렇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은 OO이랑 OO에 있고, 혹시 도서관에 못 갖다 준 책은 대신 반납 좀 부탁해. 아이들이 우리 언니, 동생, 엄마랑 한 달에 한 번은 만나면 좋겠는데바쁘면 방학 때는 꼭 엄마한테 보내줘. 내가 알음알음 모았던 책은 나중에 애들이 꼭 볼 수 있게 버리지 말고, 그런데 너무 일찍 읽게 놔두면 안 돼. 당신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계속 종알거리면 별거 아니어도 놀라주고, 꽃 보러, 바다 보러 자주 좀 다녀줄래? 애들이 매일 해야 하는 성경공부랑 책 읽기는 꼭 챙겨줘. 예배는 안 빠지게 문 앞까지만이라도 데려다주고. 가끔 같이 가자고 아빠랑 꼭 같이 천국 가고 싶다고 그러면 못 이긴 척 손잡고 교회도 가주고.

 

그거면 될 것 같아. 내가 없어도 예배하고, 매일매일 작은 것에 성실할 수 있으면 좋겠어. 가끔은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어도, 많이 웃을 수 있는 아이들이고 마냥 힘들어하지 않을 거야. 우리가 꼭 다시 만날 거라고, 정말로 믿고 있으니까 말이야. 해야 할 일을 하다가, 기쁘게 달려가는 삶을 살다가, 우리는 언젠가 다시 함께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아주 당연한 듯 꾸는 아이들이니까.

 

이런 말랑말랑한 유언장이 나의 환상에서 끝나지 않도록. 오늘도 삶에 진득하니 달라붙은 욕망을 덜어내고, 내 눈을 가리려 그득그득 들러붙은 고집을 가지 치며, 내 삶을 진정한 가치로 붙드시고, 참 소망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우리 삶의 마지막 앞에서도 의연하고, 더 겸손할 수 있도록, 예수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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