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강하게 하사

작성자: 김선아님    작성일시: 작성일2020-02-21 17:21:14    조회: 593회    댓글: 0
 

남편의 자그마한 목걸이 지갑에는 카드만큼 작은 종이에 빼곡히 인쇄한 당뇨환자 인식카드가 있고, 아주 작은 지퍼백에 포도당 캔디다섯 개를 빈틈없이 담은 것이 들어 있습니다. 복용하고 있는 약과 긴급 연락처, 저혈당 쇼크가 올까 봐 혹여나 챙겨 둔 포도당 캔디. 연락처 옆에 적어 놓은 관계 사항. 이 번호가 그의 아내라는 작은 글귀까지 무엇하나 쉬운 것이 없어서 챙겨 줄 때는 괜히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건강검진에서 이상을 발견하고 가까운 병원에 내원했을 때는, 공복혈당이 400이나 나와서 당장 입원 치료를 시작할 만큼 심각하다고 했었지요. 당장 마음을 아득하게 하는 절망감에 남편도 상심했고, 저도 못지않게 상심했더랍니다. 아직 젊은데, 우린 이제 좀 뭐라도 해보려 하는데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지, 우리가 계획한 것들, 앞으로 자랄 아이들의 모습까지 아득하고 까마득한 절망감으로 다가온 이유는,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아빠를 보았기 때문이에요.

 

똑같은 사람인데, 그 뒷모습이 참 애잔해 보이기까지 하고, 그걸 또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안쓰러워서 눈물이 나기도 했었어요. 그리고 그러한 마음들을 비워내고 제대로 병을 관리하기 위해, 무엇보다 마음을 강하게 붙들기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걸핏하면 핑 돌던 눈물도 단단히 붙들고, 발밑이 꺼질 것만 같은 절망감은 살포시 그 옆으로 비켜서고. 공부해 가기 시작했어요.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그 병에 대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먹지 말아야 하는지를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 말이에요.

 

나름 절망한 이후로, 군것질 좋아하고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 딱 차려진 끼니 외에는 아예 먹지 않고 참아내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심각하던 때에 비해 혈당도 수치도 3분의 1가량으로 떨어지게 되었고요. 매일 아침, 어제보다 나아지고 있는 오늘에 조용히 감사하고 있지요. 우리는 참 좋은 조건에 살고 있었구나, ‘이런 일이 감당할 만한 것 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라고 말이에요.

 

차오르는 절망에 기꺼이 기도할 수 있는 마음과 그 무엇보다 의지할 만한 이 되시는 하나님이 계심에, 내가 남편의 상황을 성실히 감당할 만한 삶의 자리에 있음에, 아빠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마음 고운 아이들에게 매일, 또 매일 벅차게 감동하고 감사하게 되었어요.

 

예수 믿으세요, 그분 안에서 당신의 오늘은 기적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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