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고함 지를 일이 많아진 요즘은, 긴긴 방학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어요. “심심해, 심심해, 뭐 하고 놀아?”를 입에 달고 사는 아이를 슬쩍 밀어두고 집안일도 하면서, 이것저것 해야 할 일들을 살짝 던져주면서 끝나지 않는 집안일과 이런저런 일들을 부지런히 하느라 하루가 금세 끝나버리는 날들이에요.
그렇게 하루 내 붙어있었는데도,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잊었던 것들이 생각나요. 아이와 부딪히는 그때는 정말 어른스럽지 못하게 덩달아 화내고, 같이 짜증 섞어 얘기하고 나서 돌아서 모든 게 가라앉은 조용한 시간이 되면 못내 아쉬운 것만 잔뜩 떠올라 버리는 거지요. ‘좀 더 친절하게 이야기해 줄 걸, 좀 더 참아 줄 걸, 좀 더 안아 줄 걸 그랬어.’ 하는 아쉬움 말이에요.
그런 아쉬움은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생각날 때 더 진해지는 것 같아요. 막 걷기 시작하자 매일매일 나가자며 신발 신고 손을 잡아끌던 모습. 간지럼 한 번에 세상에 그렇게 즐거운 일이 없다는 듯 한껏 웃는 모습, 무언갈 스스로 해내고 뿌듯함에 웃던 그 모습, 일상에 더해진 발랄하고 명랑한 아이의 말들.
짜증에 화를 더해 억지 부리는 너에게 버럭 큰소리를 내다가도… 바로 며칠 전에 가만히 다가와 이야기하던 그 날의 반짝이던 눈과 한없이 상냥했던 네가 생각나서 주춤해 버린 일. 너무도 성의 없는 그림일기와 대충대충 아무렇게나 해 버린 숙제를 보며 욱하다가도, 네가 건네주어 얼결에 받아 든 그 날을 시리도록 아름답게 만들어 준 편지가 생각나, 그래, 하기 싫었나 보다 넘어가게 만들어 주던 일.
그러니까 나도 하나님께 그렇지 않을까? 너와 함께 쌓아온 시간이 힘겨운 일들을 견디게 한 것처럼. 모지리 못난이가 하나하나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하게 변해간 것처럼, 그래서 모든 것이 이보다 좋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것처럼.
오직 당신 안에 내가 들어간, 그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나의 못난 날들을 기다리셨고, 내가 울며 당신의 이름을 부른 그 순간을 잊지 않으셔서, 넘어지고 불안하게 살던 실수투성이와 다시 함께하길 기다리셨다고. 나는 흔들렸어도, 하나님은 나와 단 한 번도 멀어진 일 없던 것처럼 사랑하시고 기다리셨으니까, 내가 돌아올 수 있었던 거라 말이지요.
예수 믿으세요, 영원히 사랑하신다는 것은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하신다는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