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생활 내내 꽤 재미있고, 퍽 위로가 되었던 취미 생활이 있었어요. 당시는 그래도 많은 학생들이 종이책으로 된 사전을 들고 다니던 시절이었지요. 전자사전이 있는 것이 드문 일이었고, 요즘처럼 손가락 한번에 무엇이든 바로 찾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지요.
그때의 제 취미는, ‘사전 읽기’였는데 읽고서 좀 오래 기억하고 싶다거나, 뜻이 마음에 드는 단어는 포스트잇에 적어서 책상 여기저기에 붙여두는 것이었어요. 말이 가진 힘을, 위로를 끊임없이 찾아가며 무언가를 정의하는 그 글줄이 좋아 가만히 미소짓는 그런 조용한 이였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글과 글 사이, 말과 말 사이에 미처 드러나지 못한 것들이 많아, 말과 글 사이를 누비는 기억과 감정들을 가만히 매만지면서 아쉬움에 한 글자, 두려움에 한 글자를 적어 내린답니다.
“나는 하나님을 믿습니다.”라는 말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지, “주님께 감사합니다.”라는 고백에는 얼마나 많은 삶이 켜켜이 쌓여 있는가를 이제야 알 것 같아서요.
나는 하나님을 믿습니다. 내 삶의 모든 것이, 당신의 호흡 없이는 당신의 허락 없이는 무엇도 완전할 수 없음을 믿습니다. 나의 삶에 당신의 흔적이 오롯하게 남아, 끝내 나의 삶은 당신의 것임을… 믿습니다. 나의 미숙함과 나의 불완전함은 당신의 실패가 아니라,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의 시작임을 믿습니다.
내가, 주님께 감사합니다. 나의 형편이 어떠하든지, 내가 무엇에 가로막히고 넘어지든지, 당신이 함께함을 알기에 감사합니다. 내가 살아온 모든 순간에, 내가 너무도 연약했기에 당신을 붙잡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어서, 그저 하루 버티는 것도 힘들어하는 나약한 이여서 당신을 의지하며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나의 미숙함과 나의 불완전함 덕분에, 당신의 강함을 알았고 그 무엇보다 당신을 내 삶의 주인으로 모실 수 있었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주님께 감사합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사랑과 끝나지 않는 사랑으로 내가 살아왔음을 이제는 압니다.
예수 믿으세요, 당신이라는 사람 하나로도 놀라운 축복이 되게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