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그 앞에 서서

작성자: 김선아님    작성일시: 작성일2019-10-03 19:37:36    조회: 753회    댓글: 0
 

15, 어린아이는 그즈음 새로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부모의 신앙을 따라 그 테두리 안에서 예배하고 교회에 다니던 것이 이제는 스스로의 신앙으로 자리하기 위해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기 위해 자기의 앞으로 세례를 받게 되는 것이지요.

가만히 목사님 앞에 앉아 공부한 것을 대답했던 일이며, 혼자 찾아가던 오후 느지막한 길이 간간이 생각나기도 하고, 머리 위로 살며시 흐르던 물을 닦아내던 감촉을 기억합니다. 함께 서 있던 이들은 지금쯤 어디에 서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 이후로 교회를 멀리한 적도 있었고, 다시 돌아왔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하면서도 나는 내가 하나님 앞에 그렇게 섰던 것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무너진 모든 곳이, 당신으로 채워지길 바라며 다시 시작한 걸음 속에서, 나는 당신 앞에 세례받기 위해 선 이들을 보며 가만히 눈물 지었습니다.

하얗게 센 머리로 하나님 앞에 선 이들을 보면서는,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생의 마지막에는 하나님의 것으로 사그라들길 원하는 길고 긴 인생이 이제야 하나님 앞에 돌아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버리고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지, 굳어지고 굳어진 스스로의 생각과 모든 습관이 새로워지기 위해서 그들이 내디딘 발걸음이 얼마나 경이롭고 위대하던지요.

그리고 단정히 교복을 갖춰 입고 하나님 앞에 선, 여전히 푸르고 아름다운 아이들을 보면 그저 고맙고 기뻐서 눈물이 났었어요. 너희는 지금 너희 앞의 하나님께 스스로 섰구나. 앞으로 너희의 나날이 어떠하든 너희 부모님은 걱정을 덜었을 거야. 세상 어디를 가든 너희는 하나님께로 돌아올 테니.

그렇게 나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의 아이들이 하나님 앞에 단독자로 서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그리고 그 걸음을 믿으며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할 수 있는 신앙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 오늘 괜찮았는지, 오늘 참 많이 사랑했는지를 돌아보며, 그저 그날이 기쁨으로, 축복으로 가득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수 믿으세요, 당신의 마음이 열리기만을 당신과 함께하기만을 기다리시는 분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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