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너무도 뜬금없는 순간에 섞여 들어오는 것 같아요. 특히, 아이에 관해서 말이에요. 아이의 친구 엄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세상 제일 예쁘던 내 아이도 어쩜 그리 못하는 게 많고 챙겨줘야 하는 부분이 많아 보이는지.
‘일상을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만큼 하면서 사는 게 행복이라 여기며, 학습을 강요하지 않을 것, 그저 배운 부분만 복습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매일 묵상하기와 성경 읽기가 우선인 그런 일상을 가꾸게끔 키워야지’라던 나름의 심지도 오간 데 없이 흔들리게 만드는 것이 바로 옆집 아이요, 아는 엄마더랍니다.
신념이 흩어지고 불안해지게 만드는 것, 그것은 욕심이지요. ‘쉴 틈 없이 가르치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갖춰주면 너야말로 그 아이들보다 잘할 거야’라는 마음이 불쑥 치솟아 올랐다가 사라졌어요.
읽고 싶은 책을 옆에 가득 쌓아놓고 이리저리 뒹굴며 시간을 보내고. 심심하다고 온 집안을 헤집어가며 놀 거리를 찾고, 만들고, 빼어나지 않아도 자기가 한 번이라도 할 줄 알면 그건 잘한 거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궁금한 건 꼭 알아야 하고, 자기가 잘 자랐다는 자부심이 있어서.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이리저리 빚어봤자 그건 지질한 보상심리에 뿌리 깊은 욕심일 뿐이지 지금처럼 좋아하는 걸 꾸준히 해나가고, 나 없이도 잘 자란 것만 같은 너는 아니겠구나 하는 마음에서 말이에요.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성경 필사를 한 구절 더 하겠다는 네가 무척 대견했단다. 성경색칠공부를 사달라고 하더니, 뒤적이면서 “어, 이건 설교에서 들었던 거야!”라고 기억해내는 너를 보니 문득 불안이 걷히는 느낌이 들었단다.
어느 날, 너는 나를 떠나서, 하나님을 만나겠구나. 자라고 자라서, 네가 스스로 그분을 찾고, 사귀고, 네 삶을 그분께 드릴 수 있겠구나. 나는 그때, 미련 없이 망설임 없이 너를 날려 보낼 준비를 부지런히 해야겠다. 네 삶에 내 욕심을 더하지 않기를, 네 삶이 온전히 완성되는 순간에 네게 보상을 요구하지 않기를 매일매일을, 그렇게 준비해야지.
예수 믿으세요, 욕심을 거두고 불안을 거두는 진리로 평안을 누리게 된답니다.